스모크 점퍼 리플레이 소설

RPG/생각, 느낌 2014.05.07 03:44 Posted by nefos

<스모크 점퍼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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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르 꽝.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가 난다. 전기가 나갔는지 불빛이 없는 칠흑 같은 어둠이다. 딸깍거리는 소리와 함께 랜턴이 켜지며 자욱한 먼지 속 세 사람의 잔영이 보인다. 잔해가 아슬아슬하게 사람을 덮치진 않았다.


"살아있어요?"


여자 목소리라기엔 약간 걸걸한 톤의 부산 억양이 건물 내부에 울린다.


"아이코 말년에 무슨 고생이야."


청년이 말을 꺼내는데, 일어서자 키가 2미터에 달한다. 의무 소방으로 대체 복무 중인지 계급장이 보이진 않지만, 육군으로 따지면 병장과 마찬가지인 상방이다.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2014년 5월 20일, 근무를 하던 중 오후 1시 서울역 지하도가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소방 재난 본부와 119 종합 센터는 신고 전화가 빗발쳤고 서울역 부근은 아수라장이었다. 소방방재청은 서울역 인근의 안전센터에서 최소한을 제외한 모든 인원을 투입하라고 했고, 그 결과 말년이라 밤 근무를 꾸준히 피하던 고단한이 영락없이 끌려오게 되었다.


"반장님! 해민반장!"


"장반장님이야 별 탈 없겠죠."


"고아라! 고단한 들리나?"


굵은 남자 목소리가 반응한다. 2미터 가까운 고단한에 비하면 작지만 어디가도 큰 키라는 소리를 듣는 186 키의 장해민 반장이다. 의무 소방 출신으로 해당 기간까지 합치면 7년 가까이 소방짬을 먹어왔다. 후암 119 안전센터 소속으로 신고 접수 이후 가장 빠르게 서울역에 도착했다.


1호선 시청 방향이 무너지며 일부 출구는 무너졌다. 미처 도망치지 못한 사람들을 구조하러 둘을 데리고 1번 출구를 통해 계단을 내려온 직후 2차 붕괴로 인해 돌아갈 길조차 막힌 상황이다.


"네! 여기에요"


"소리 지르지 않아도 울려서 잘 들립니다."


"말년이 빠져 가지구."


고아라 소방사는 부산출신으로 무역선장 딸로 태어나 자유롭고 제멋대로지만, 소방사가 된지 갓 1년도 되지 않아 얼마전 겨우 소방사를 달았다. 고작 22살의 나이인지라 석사과정 밟다가 입대해 나이가 많은 고단한 상방과는 여러모로 껄끄러운 관계다. 게다가 키도 기준 미달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작은데, 장해민 반장의 통솔력이 아니었다면 둘이 같이 여기까지 들어왔을리도 없다. 이윽고 서로 만나 불빛이 비춰지자 흙먼지가 묻었지만 가릴 수 없는 고양이 상을 가진 고아라 소방사의 미모가 드러난다. 살아남은 것도 천우신조지만 약간 튀어나온 눈을 가진 고단한의 얼굴이 먼지에 버린 모습을 보고 고아라 소방사는 픽 웃어버린다.


"눈 주변에 그림자 장난 아니다. 큭큭..."


"고아라, 웃을 때 아니다."


"네~"


20kg에 달하는 방화복을 입고서 각자 나눠 들어온 소방도끼, 로프, 구급낭, 소화기 등 장비를 확인한다. 고단한은 무전기를 만져보다가 통신이 끊긴걸보고 방화복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슬쩍 꺼내보지만 전기가 나가며 핸드폰 중계기도 꺼졌는지 안테나가 없다. 장해민과 고아라는 주변을 둘러보며 역마다 흔히 있는 내부 구조도를 찾는다. 여긴 1호선 대합실에서 1번출구가 있는 부분으로 뒤쪽 천안 급행으로 가는 길도 막혀있었다.





"죽을거 같진 않은데?"


"본대도 뒤에 있고, 아라 말대로 죽을 일은 없을거야"


내려갈 수 밖에 없겠다고 생각하며 주변을 돌아다니던 고아라는 사람 소리를 듣는다. 1호선 안내센터쪽이다.


"요구조자!"


"살려주세요!" 


"사람 살려요!"


고아라는 램프로 신호를 보내며 장해민과 고단한을 안내센터쪽으로 부른다. 붕괴때문에 입구는 콘크리트 덩어리에 가로막혀있고, 전면 유리창도 매한가지이다. 남녀 소리가 들린 것으로 보아 최소한 둘은 안에 갇힌듯하다. 고아라가 질문을 통해 세 명이 있음을 알고, 그 중 한 명이 머리를 다쳤다는 걸 알아낸다.


그동안 장해민은 콘트리트 덩어리 어디를 치울지 고민을 한다. 기둥이 버티고 있어서인지 천장이 일부 무너져 내린걸 제외하면 대합실 자체는 멀쩡하게 생각했다. 셋이 함께 돌덩이들을 치우다 갑자기 콘크리트 덩어리 하나가 쓰러지자 주변에 있던 덩어리들이 안내센터 내부로 굴러떨어진다. 안에는 여성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장해민은 괜찮냐는 말과 함께 덩어리들이 치워져 만들어진 통로를 통해안으로 들어간다. 팔에서 피가 흐르는 여직원이 서있다. 한 쪽엔 일반인 둘이 있는데 학생으로 보이는 남자 하나가 소리를 지른다.


"위험하게 뭐하는 짓이에요! 피하라고 말은 해줬어야죠!"


"죄송합니다. 그렇게 될 줄은 예상 못했어요."


따라들어온 고아라가 대신 사과한다. 다른 일반인 하나는 누워있자 고단한이 살펴본다. 누워있는 사람은 30대 남자로 여기서 응급처치를 했는지 붕대를 머리에 감아두었지만, 붕대위로 피가 빨갛게 물들어있었다. 고아라는 안내센터 내부에 있는 붕대를 이용해 여직원의 팔을 치료해준다.


"괜찮아요. 많이 다치지 않았으니까요. 그보다 탈출 할 수 있는거죠?"


고단한은 장해민을 돌아보지만, 고아라가 말을 가로챈다.


"물론이죠."


"네. 저희 뒤에 본대가 오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웃으며 말한 고아라보단, 설득력있어보이려고 일부러 중후한 톤으로 연습해온 장해민 반장의 말이 여직원과 대학생에게 안심을 주었다. 그리고 고단한도 반장의 말을 듣고 말년에 죽는거 아니냐는 불안감을 해소한다.


"이쪽 분은 어떻게 할까요?"


여직원의 물음에 그동안 상처를 살펴본 고단한은 머리를 긁적인다. 고아라 역시 응급치료만 배웠지 의사가 아니기에 살펴봤자 알 수 있는 건 없다.


"정확한 진단은 어려울거 같아요. 머리에 출혈이 있으니 피가 고여있는 최악의 상황은 아닐 거 같습니다. 아마도요."


"우선 새로운 거즈로 갈고 지혈도 좀 더 단단히 하죠."


장해민의 말에 따라 고아라는 다시 지혈을 하고, 고단한은 휴대용 들것을 조립해 그 위에 30대 남자를 올린다. 어떻게 보면 태평한 행동에 대학생은 빨리 나가서 의사에게 가자며 재촉한다. 때마침 장해민 무전기에서 지지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무전이 들린다.


"....리나? 선발대. 무사한가?"


"아, 장해민입니다. 예. 선발대 전원 무사합니다. 고립된 민간인 3명 발견, 부상자 2명. 한 명은 두부에 상처, 의식 불명. 다른 한 명은 팔에 경미한 상처."


"...생존자는 확보되었나?"


"네. 함께 있습니다."


무전으로 외부 상황이 전달되어온다. 2차 붕괴로 인해 서울역 외부 건물이 크게 무너져 근처 지하철 통로가 모두 막혔다. 구조대에서도 사상자가 발생했고, 잔해를 치우기 위해 중장비를 불러오는 중이나 무너진 양이 많아서 단시간에 치우긴 어려울 거라고 한다. 


"...다른 탈출로는 찾을 수 없겠나?"


"시도해 보겠다."


"...무사해라. 나오면 내가 술 한잔 산다."


"고기도 사라."


"...얼마든지."


고아라는 고단한에게 들 것을 같이 들자고 손 짓을 한다. 고단한은 키 차이가 너무 커 같이 들기 힘들다고 답변한다. 여직원은 어디로 가야하는지 물어본다. 들어온 출구가 무너져 4호선 방향으로 이동을 해야할지, 아니면 지하로 내려가 남영 방면으로 철로를 따라 걸을지 정해야 할 때다. 중환자를 데리고 다닐지 아니면 놔두고 출구를 찾아야 할지, 출구를 찾는다면 어느 쪽으로 해야할지 결정은 장해민에게 달려있다.


"환자를 데리고 이동하는 것은 위험하니 우선 출구를 확보하겠습니다."


"장반장님, 그런데 여기 언제라도 또 무너질 수 있는데 함께 가죠. 들것이야 저기 대학생이랑 같이 들겠습니다."


"그런가. 그럼 함께 가도록 합시다."


고단한은 유명한 H대 토목공학과 출신이다. 의무 소방에는 고학력자가 많은 편이라 H대라고 해도 콧대가 높을 건 없지만, 그래도 한국 사회에서 학벌은 굉장히 크다. 게다가 1학년 갓 마치고 교양상태로 온 것도 아니고 석사과정 밟다가 온 것이다. 장해민은 이런 붕괴사고에선 사소하더라도 조언을 기대하고서 키가 커 불편할 수 있음에도 끌고 왔다. 고단한은 어떻게든 군 복무를 하려 했으나 갑상선 문제로 미뤄지고 미뤄지다 억지로 들어온건데도, 말년이 되자 전역밖에 생각나는 게 없나보다. 물론 밖에 나가서 석사과정 마치고 건축현장에 불려가면 봉급도 훨씬 쎈데 장해민처럼 잔류해주길 기대하는 건 무리다.


"많이 걷더라도 9-1 출구를 통해 나갈 수 있으면 싶은데요."


9-1통로는 4호선 환승통로 끝에 있는 긴 계단이 있는 출구다. 여직원이 길안내를 자처하자, 장해민은 무전으로 연락을 취한다. 통신상태는 매우 좋지 않지만, 9-1 출구 역시 매몰되었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9-1 출구가 매몰되었다는 답변을 듣자 여직원이 망설이다가 1차 붕괴가 일어나기 전 시청행 1호선에 열차가 들어왔었다는 말을 한다. 아무래도 지하 2층의 1호선 승강장쪽으로 가서 남영방면으로 걸어가야 할 듯 한 눈치가 되자 지하에 생존자가 있을지 모른다는 말을 한다.


고아라가 혼자 정찰을 다녀오고 싶다고 말하나 장해민은 다같이 계단을 통해 내려가자고 결정한다. 어둠 속에 빛은 오직 세 대원이 가진 랜턴 3개 뿐이다. 안내센터 측면의 계단을 이용해 내려간 승장장 역시 전기가 나가 어두컴컴한 것이다. 랜턴 빛에 열차가 무너진 잔해에 들이 박고 전복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고단한은 들 것을 들고 내려가며 최신 유행가를 부른다. 이 노래에 같이 들 것을 들고 내려가는 대학생이 짜증을 낸다.


"지금 노래나 부를때에요? 왜 밖으로 안 나가고 지하로 들어가는 겁니까? 여기 사람 죽어가는 거 안 보여요?"


기껏 중환자를 핑계삼아 불안함을 떨치려 오히려 화를 낸다. 고단한은 출구가 없어 남영 방면 철로를 따라 탈출하겠다는 설명을 해주며, 지하에 생존자가 있으면 노래에 반응할거라고 답변한다. 보이지 않아 다른 이들은 알 수는 없지만 대학생의 입모양은 시발시발거리지만 더이상 불만을 토로하진 못한다. 


고단한은 들 것을 내려놓고 한 쪽에 시체 같은 것이 보이자 소리를 높여 사람을 찾는다. 대학생은 손이 자유로워지자 얼른 핸드폰을 꺼내 플래쉬 어플을 켠다. 계단에서내려 오자 여직원과 같이 잠시 휴식을 취한다. 한편 장해민과 고아라는 전복된 지하철을 살펴보다 생존자를 발견한다.


"고단! 로프"


이 말에 고단한은 로프를 메고 있었기에 뛰어간다. 고아라는 직위가 높지만 짬도 밀리고 나이도 밀리는 미묘한 관계에서 고단이라고 별명 비슷하게 부르며 반말과 반존대를 섞어서 대화를 한다. 반면 고단한은 도저히 마땅한 호칭을 찾지못해 먼저 말을 걸지 못하지만 어쩔 수 없을 때는 고후배님이라는 출처불명에 하대와 존대가 섞인 이상한 호칭을 사용한다. 희귀한 제주 고씨가 한 안전센터에서 만날 가능성은 얼마 없는데 하필이면 만난 것이다.


고단한이 로프를 가지고 달려오는 사이 차량 안에선 네 명이 살려달라고 소리치고 있다. 차량이 전복되며 긁히고 부딪힌듯 보인다. 이제는 천장이 되버린 창문은 금이 간 채 붙어 있었다. 출입문은 약간 뒤틀렸는지 열기 어려워보인다. 고아라는 구조하러 왔다고 외치며 침착하라고 말한다. 살았다는 안도의 말소리가 들리는 와중에 고아라는 창문을 부수겠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한쪽으로 비킨다. 고아라가 도끼를 들고 어떻게 창문을 깔끔하게 부술까 고민하자 장해민이 도끼를 넘기라고 말한다. 시간이 제법 걸렸지만 장해민은 도끼로 지하철 창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도끼질 돕지 못하고 있던 고단한은 장해민에게 도끼 솜씨가 뛰어나다며 한 마디 덧붙인다. 대원들은 최초 진입 이후 25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면이 부딪혀 전복 된 지하철 안에 있던 사람들에게는 영겁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로프를 던져 사람들을 밖으로 꺼내자 큰 외상은 없었다. 다만 정신적인 충격이 커서인지 로프를 타고 나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승강장 바닥에 주저 앉아버렸다.


대원들은 구조자 4명과 함께 계단으로 돌아오자 대학생이 남영 방면 철로를 살펴봤는지 2차 붕괴때 그쪽도 무너졌다고 말한다. 아까 무전에 2차붕괴로 인해 4호선 출구인 10~14번 출구의 행방까진 물어보지 못했지만 마침 무전은 되지 않는다. 어차피 남은 길은 4호선 출구로 가거나 4호선 승강장을 통해 지하로 철로 따라 가는 것 뿐이다. 사람들을 데리고 계단을 올라 환승 통로를 향해 걸어간다. 그래도 사람이 많아지자 사람들에게 들 것을 나누고 번갈아가며 이동한다. 앞서 걷던 장해민은 환승통로를 걷던 중 대합실 방향에서 매캐한 연기가 흘러나오는 걸 발견한다.


"정비! 화재인 것 같다."


"이쪽도 위험한 듯 한데요. 반장님"


장해민이 소화기를 꺼내들지만, 화재라는 말에 시민들은 웅성댄다. 다행히 재빠르게 고단한이 반장님만 따라가면 다 안전하다며 사람들을 진정시킨다. 언제나 사고 상황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사고보다도 사람이다. 패닉에 빠져 통제를 잃고 제멋대로 행동하면 혼자 죽는데 그치지 않고 나머지 모두를 함께 위험에 빠뜨린다. 혼자보다도 집단이 패닉에 빠진다면 그 파급은 어마어마한데, 다행히 빠르게 위기를 넘겼다.


고아라는 아까 본 지도를 떠올리며 10번 출구를 지나면 화장실이 있고 근처에서 소화전을 꺼내 쓸 수 있을지 모른다고 알린다. 아니면 아예 연기를 피해 지하 2층으로 간다면 안전할지도 모른다고 속삭인다. 장해민은 혼자 탐색하기로 하고 전진한다. 조금 곧자 연기는 짙어지는 데 왼쪽에 9-1 출구가 무너진 것이 이럴 땐 더 야속하다. 대합실쪽은 연기가 가득 차 있는데, 호흡기를 이용하며 들어가자 간이 매점에서 화재가 난건지 불길이 보인다. 연기가 환승통로를 통해 1호선쪽으로도 온듯한데 여기선 불을 끄는 게 여러모로 낫다.


장해민은 돌아와 고아라와 고단한에게 소화전을 확보해 불길을 진압하자고 한다. 돕겠다고 손을 드는 사람도 있지만, 여기선 호흡기가 필요한 일이라며 여기서 대기하라고 한다. 세 소방수는 소화전을 확보하고 불을 끄기 시작한다. 스프링쿨러는 고장난 모양이지만 다행히 소화전은 작동한다. 화재를 진압했음에도 연기는 조금씩 올라오고 있고 이미 발생한 연기는 상당한 편이라 대합실에선 머리를 숙이고 다녀야한다. 불을 다 끄고 사람들을 데리러 갈까 하는 사이에 장해민은 신음 소리를 듣는다.


"요구조자!"


개찰구 근처 무너진 더미 틈새에서 사람을 발견하곤 소리를 친다. 잔해에 깔려 피투성이이다. 장해민도 고단이라고 고단한을 찾고, 소리를 듣고 달려온 고단은 같이 잔해를 치운다. 그러나 구조자를 누르고 있던 잔해더미가 흔들리며 쏟아지고 비명이 나온다.


절체절명 고아라가 구조자들을 데려왔고, 이들 중 남자 몇이 와서 잔해를 치우는 걸 돕는다. 산소마스크가 없어 콜록거리며 기침을 하지만 누군가를 구한다는 데는 소방대원이나 일반인이나 별 반 다를 것 없는 것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일 가능성이 다분하지만 내 가족, 내 친척, 내 친구가 잔해에 깔렸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그때도 누군가 모르는 사람들이 도와주길 기대해야한다.


"조금만 힘내요. 좀 더"


고아라가 독려해서인지 다같이 힘을 합쳐 잔해 아래에서 구조자를 구해낸다. 그러나 다리가 완전히 짖이겨져 피투성이이다. 장해민과 고아라는 도와준 사람들에게 산소마스크를 돌려쓰며 숨을 고르게 도와준다.


그 사이 고단한은 피가 흐르는 확인하고 지혈한다. 그럼에도 이미 출혈이 상당했는지 쇼크 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한다. 죽는거 아니냐며 구조자 중 한 명이 중얼거린다. 그러자 살 수 있다며 고아라는 사람들을 독려한다.


"이 중에 의사 계신가요."


조용.


고단한이 말하지만 사람들은 침묵이다. 고단한은 또 전화기 안테나 갯수를 살펴본다. 태어릴적부터 갑상선 질병에 의해 주치의가 있었다. 어릴적부터 도움이 되는 말을 많이 들어서 그 덕에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었다. 가끔 사적으로도 통화를 하는 친밀한 관계로 이렇게 단순 응급조치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을텐데 전화는 계속 불통이다. 장해민도 무전기를 확인하지만 불통이다.


"어무이. 어무이"


고아라가 뺨을 때리며 귀에 외친다. 이 외침이 통한 것일까 중년 여성은 비몽사몽 눈을 뜬다.


"정신차려요. 자녀분들이 기다려요."


"...아들이...우리 아들이..."


아들에 대해 헛소리처럼 중얼거리자 고아라는 아들과 같이 왔는지 물어보지만 아줌마는 눈물을 흘린다. 안쪽을 찾아보겠다며 말하자 아줌마는 아들이자신을 구하려다가 밑에 깔렸다며 구해달라고 한다. 장해민과 고단한은 주변을 탐색하기로 하고, 고아라는 기존 머리가 다친 중환자의 상태를 다시 살펴본다.


게이트 부근이 완전히 무너져 아래로가는 계단은 간신히 통과할 정도이다. 잔해 더미 사이로 고단한은 손을 발견한다. 만져보자 반응이 있다. 장해민을 불러 둘이서 소방도끼를 지레삼아 잔해를 치운다. 십여분가량 주변 잔해를 파헤치자 아가씨가 나온다. 그러나 다 파헤친 다음 상태를 확인하자 죽어있었다. 고단한이 잘 못 느낀건지 아니면 좀 더 빨리 치웠다면 살릴 수 있었는지 모른다. 어찌하건 결과는 구조하지 못한 것이다. 반장은 망연자실했는지 그 아가씨를 멍하니 본다.


"반장님 죽은 사람은 그만 보고 주변 통로가 멀쩡한지 확인하죠."


장해민이 아는 사람과 닮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들 대원은 벌써 8명이나 되는 시민의 생명을 책임져야하는 입장이다. 장해민 역시 정식을 퍼뜩차리고 다시 모인다. 그리고 고아라에게 11번 출구 확인을, 본인은 14번 출구 확인을 하기로 한다. 구체적인 말이 없어도 행동을 보면 사람은 안다. 방금 누군가 죽은 것을 말이다. 고단한이 남아서 구조자들을 상대로 안심을 시킨다. 유머를 섞어가며 상황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도 안되는 희망이지만, 생존자들은 실같은 구원줄도 강철 케이블처럼 보이는 것이다. 다행힌지 양쪽을 확인하고 돌아오자 14번 출구는 매몰되었지만 11번 출구쪽은 약간이지만 틈새가 보인다는 소식을 전한다. 다같이  11번 출구쪽으로 이동한다. 곧 나갈 수 있다는 희망에 사람들 얼굴은 밝아진다.


사람들이 잔해를 치우려하자 고단한은 말리고 붕괴 상태를 진단한다. 생각없이 치웠다가 벌써 한 명은 다쳤고, 한 명은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봐도 틈새를 치우려다가는 오히려 다 무너질거 같다. 마침 출구에 가까워서인지 무전이 된다.


"...그쪽 상태는 어떤가?"


"현재 위치 11번 출구. 매몰 됬지만 약간의 틈이 있다."


"...확인 해보겠다."


무선이 끊기자 일단 무전을 좀 더 기다려보기로 한다. 몇 분 기다리자 무선이 온다.


"...지금 4호선 11번 출구 부근이다. 들리나?"


"들린다."


"...밖에서도 잔해를 치우고 통로를 확보하겠다."


"천장에 금을 보니 잘못하면 무너질겁니다."


고단한이 갑자기 외친다. 그에 장해민은 무전으로 잠시 중지를 요청한다. 고단한이 봤을 때 잔해를 치우다가 추가적으로 매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여길 치워봐야 토사가 무너지면 도로 출구는 막히고 주변 지반마저 추가 붕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근처에서 대피해서 다 치우길 기다리는 게 일단은 안전하다고 한다. 덧붙여 아예 여길 건드리지 말고 지하 2층으로 내려가 철로를 따라가자고 주장한다. 여기에 고아라도 아래로 내려갈 수록 연기의 영향을 피할 수 있어 유리하다고 거든다. 그러나 지하로 가는 계단은 전부 막혀 잔해를 치워야 내려갈 수 있다고 장해민은 반론을 내놓는다. 대원들끼리 논쟁이 벌어지자 11번 출구의 손바닥한 틈을 보고 여직원이 한마디 한다.


"곧 나갈 수 있는 거겠죠?"


이 한마디에 대원들은 꿀먹은 벙어리가 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면 편할텐데..."


"엘리베이터가 잘도 작동하겠다."


여직원의 말에 조용하던 대학생이 투덜거린다. 갑자기 그 말을 듣고 고단한은 뭔가를 떠올린다. 옆 지하철 구조도로 여직원을 데려가 4호선 안내센터를 통해 옆 경찰대출장소로 갈 수 있냐고 물어본다. 그리곤 그 옆에 엘리베이터가 있지 않냐고 한다. 지금 4호선 안내센터 앞 계단쪽에 잔해가 쌓여 12번과 13번 출구로 쪽으로 못 가는 거지만, 그쪽 엘리베이터까지 벽을 부수고 길을 만들자는 것이다. 엘리베이터 구조물은 상당히 튼튼하게 설계되니 봉괴에도 충분히 로프를 타고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마침 여직원도 그 쪽 벽은 내력벽이 아니라 부숴도 별 문제가 없을거라고 말을 한다.


안내센터 창문을 깨고 안으로 출장소까지는 쉽게 들어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쪽 벽면에 마침 균열이 있다.


"고단 부술 계획을 세워봐"


고단한은 고아라의 말을 듣기전부터 벌써 어떻게 해야 건물이 무너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무실에서 매직을 찾더니 몇 몇 지점을 표시한다. 고아라는 소방도끼말고 다른 도구를 찾아보지만 결국 장해민이 들고온 소방도끼로 벽을 찍자 쿵 쿵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가까스로 사람이 통과할만한 구멍이 만들어졌고, 고단한도 교대해서 구멍을 크게 만든다. 


불빛을 비추자 엘리베이터까지의 루트는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지만 반대편으론 잔해가 너무 많았다. 고아라와 고단한은 구멍을 통해 들어가 소방도끼를 지레삼아 엘리베이터 겉 문을 연다. 그 사이에 장해민은 무전을 통해 11번 출구를 정리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다. 엘리베이터 겉 문이 열리자 엘리베이터 지상 1층 쪽에 멈춰선 채 매달려 있었다. 엘리베이터 천장으로 올라가려면 엘리베이터는 지하 1층에 있어야했다. 고아라는 한 번 버튼을 눌러보지만 꼼짝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 랜턴으로 엘리베이터 통로가 비틀어진 틈새를 찾는다. 작고 왜소한 몸의 고아라라면 그 틈새로 지나갈 수 있을듯하다. 10미터 가량을 기어 올라가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고단한에게서 로프를 챙기는 동안 방화복을 벗어버린다. 그리고 로프를 받아 기어올라간다. 틈을 통해 엘리베이터 천장에 올라간다. 그러자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흔들린다. 엘리베이터는 아래로 슉 하고 떨어진다. 밑에 있던 고단한은 재빨리 밖으로 피하지만 쉽게 반응할 건 아니다. 다행히 2~3미터 가량을 떨어지다가 텅 하는 소리와 함께 멈춘다. 엘리베이터를 지탱하는 케이블이 붙잡은 모양이다. 그 사이 고단한은 밖으로 빠져나간다.


"기왕 갈 거 좀 더 내려가지. 쳇."


밑에 고단한이 있는줄도 모르고, 지하 1층까지 도착하지 못한데 아쉬움을 토로한다. 위에서 빠지직하는 소리가 들린다. 고아라는 위를 쳐다보자 천장 케이블을 지탱하던 부속이 헐거워보인다. 엘리베이터 천장 문을 열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뛰어들어갔지만, 그 충격 때문일까 케이블을 지탱하던 부속품이 망가지며 엘리베이터가 바닥으로 추락한다. 고아라는 비명을 지른다.


고단한은 장해민과 같이 엘리베이터 내부문을 열고 고아라를 살펴본다. 다행히 고아라는 타박상만 입은 모양이다. 장해민은 무전으로 12번 출구 근처 엘리베이터로 줄을 내려달라고 요청하고, 큰 소리가 난 게 무슨일이었냐고 묻는 무전으로 바쁘다. 생존자 중 중환자부터 천천히 전부 엘리베이터 천장으로 옮기자 위에 문이 열리며 구조대원이 보인다.


"발견했다. 지금 로프 내린다."


무전을 겸하는듯 딱딱한 말투지만 너무 안심이 되는 말이였다. 고아라는 양 허리에 손을 얹고 가슴을 펴며 기세 등등하다. 고단한은 울먹인다.


"정말 살아서 흐엉... 전역 할 줄 몰랐... 이 안에 흐엉... 갇혀서 죽는..."


"고단, 꼬추 떼라! 꼬추"


"꼬추 떼삐라."


둘 다 핀잔을 주지만 사람들이 하나씩 올라가자 얼굴은 환하다. 생존자들이 다 올라가자 위에선 지구대장이 퍼뜩 올라오라고 성화다. 무너져서 다 디질거냐고 한다. 그 말도 셋 다 웃기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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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된 지하철에서 시민들을 구조하고 무사히 탈출한 구조대원 세 명의 이야기는 인터넷과 뉴스기사를 통해 전국에 알려진다. 안타깝게 다리에 큰 부상을 입었던 아주머니는 병원에 후송되었으나 죽었고, 그 아들 역시 사망자 명단에 이름이 있었다.


서울역 참사 반년 후. 정부는 이런 재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미 소방청과 협력을 맺고 특수 재난 구조대를 설립한다는 뉴스가 나온다. 그리고 장해민 소방교와 고아라 소방사는 서울역 참사의 공로를 인정받아 특수재난구조대에 추천 받아 들어간다. 그리고 얼마 뒤 거기에 소방 간부 후보생 시험을 봐서 합격한 고단한 소방위도 합류한다.


"고단 너 죽어도 소방수 안하겠다더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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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RED

플레이어: 범한, 노을빛달, nef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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